다양한 친환경 에너지로 운송 수단을 운용하는 것을 표현한 3D 일러스트레이션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로 운송 수단을 운용하는 것을 표현한 3D 일러스트레이션

2026.06.26 HTWO

에너지 안보의 시대, 왜 수소인가

에너지 안보란 무엇일까요?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선 다변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와 탈탄소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외부 충격과 내부 변동성 속에서도 에너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 역시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안보’라는 표현이 시사하듯, 이는 국가 경쟁력을 넘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변화하는 에너지 안보의 의미를 짚어보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소가 왜 전략적 에너지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전 세계의 시선은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합니다. 폭 약 33km에 불과한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입니다. 이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은 불확실성을 높이고, 원유 가격 변동성과 공급 리스크 확대를 경험해 왔습니다. 최근에도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에너지 안보는 해외 자원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는 문제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고 특정 공급 경로에 대한 의존이 큰 구조는 국제 정세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국가 에너지 시스템이 지닌 구조적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은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특정 에너지원에 에너지 믹스가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거나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일수록 그 영향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던지는 새로운 과제들

탈탄소화를 위해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속화될수록, 전력 수요 증가와 공급 변동성, 계통 안정성 관리 부담이 중첩되며 에너지 시스템이 감내해야 할 구조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수송부문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 보급 대수가 약 900만 대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추가로 필요한 전력은 연간 약 29TWh에 달합니다. 이는 원전 약 4기 규모에 해당하는 전력량으로, 향후 9년 내 이와 같은 대규모 전원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전기화 중심의 전환만으로는 증가하는 전력 수요와 시스템 안정성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이자,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생산 기반 에너지원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입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과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는 간헐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 특히 상용차 급속충전처럼 순간적으로 높은 전력을 요구하는 수요가 증가할 경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공급 측의 변동성과 수요 측의 급격한 피크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전력 계통은 실시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점점 더 큰 부담을 안게 됩니다. 발전량이 부족할 경우 전력 수급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으며, 반대로 발전량이 급증할 경우 과전압과 주파수 불안을 방지하기 위한 출력 제어나 계통 보강이 필요해집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전환이 병행될수록, 전력 시스템 전반의 계통 안정성과 유연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이후 전력망 운영과 관련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년 스페인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0%를 상회하던 상황에서 과전압과 계통 불안정 문제가 발생하며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전력 생산량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고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과제는 공급망 측면에서 나타납니다. 태양광 산업은 핵심 장비와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지정학적·산업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탄소중립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에너지 시스템은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과거 에너지 안보가 자원 확보 중심의 개념이었다면, 오늘날 에너지 안보는 예측하기 어려운 전력 시스템 내부와 공급망에 대한 외부의 충격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회복탄력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회복탄력적인 에너지 시스템의 조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소는 회복탄력적인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회복탄력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위해서는 공급 경로의 다변화와 더불어,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 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요구됩니다. 수소는 청정하면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니며, 다양한 형태로 저장·운송·활용이 가능한 에너지 캐리어로서 시스템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됩니다.

1.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하는 ‘공급 다변화’:
중동의 유전처럼 특정 지역에 편재된 화석연료와 달리, 수소는 물과 전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기술력만 갖춘다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 바이오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원 기반으로 생산이 가능해, 특정 국가나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공급 경로를 다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2.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는 대용량 ‘저장성’: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잉여 전력을 ‘수전해’ 기술을 통해 수소 형태로 전환해 대규모 저장이 가능합니다. 저장된 수소는 손실 없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필요 시 다시 활용할 수 있어, 생산 시점과 소비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합니다. 특히 장기 저장이 가능하다는 특성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큰 재생에너지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간헐성과 계통 불안정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3. 발전부터 산업까지 확장되는 ‘유연성’:
아울러 수소는 단지 전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발전, 산업,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에너지 캐리어가 여러 분야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은 변화하는 에너지 환경 속에서 수요와 공급 변동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또한 초과 전력을 수소로 전환해 저장·운송·활용하는 과정은 산업, 수송, 난방 등 전기화만으로는 탈탄소 전환이 어려운 분야를 연결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수소: 새로운 에너지 안보의 핵심 축

이제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자원을 얼마나 확보했는가를 넘어, 외부 충격과 내부 변동성 속에서도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역량과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소는 공급 다변화, 저장성, 활용 유연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안보가 요구하는 새로운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캐리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소는 외부 충격과 내부 변동성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회복탄력적인 에너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략적 에너지 자산으로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수소는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어떤 특징을 가지며,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수소가 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동시키는 ‘에너지 캐리어’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